하우스를 거부하는 개 | 볶음이의 개바개
“강아지가 선호하는 하우스”
반려인들은 강아지가 가족이 되기 전부터, 이것저것 필요한 용품을 열심히 엄선하고 구매한다. 가장 안락하고 포근해야 할 하우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용품. 일반적으로 강아지는 푹신하면서도 자신만의 분리된 공간(예를 들어 지붕으로 덮인 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볶음이의 하우스는 인디언 텐트로 결정됐다. 넓고 포근한 방석에, 지붕이 있는 하우스였다. 견주의 입장에서 이 하우스를 싫어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는 견주만의 생각에 불과했다. 또 또 볶음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 강아지 용품은 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만 것…
“왜 앉지를 못하니?”
볶음이가 집에 온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 하우스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견주가 느끼기엔 더없이 포근한 장소였지만, 볶음이에겐 아직 불편한 곳일까. 볶음이는 본인 스스로도 불편해 하지만 푹신한 방석보다는 딱딱한 바닥을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잠을 청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찾고 있다. 볶음이에게 부모가 있었으면, 또는 보고 배울 선배 강아지가 있었다면 잠을 청하는 게 조금 더 수월하진 않았을까.
이럴 때 견주는 본인이 강아지가 아닌 인간이라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어떻게 해서든 가르쳐 주고 싶은데, 이 내 몸뚱이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계속 하우스 훈련은 진행 중에 있다. 간식으로 유도를 하고, 그곳이 편안하고 기분 좋은 곳이라는 기억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간식이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방석에서 자리를 뜬다.
“혹시나 하는 가능성들”
혹시 지긋지긋한 폭염 때문이었을까? 볶음이가 우리 가족이 된 8월은 유난히도 더웠으니 말이다. 강아지의 생각을 완전히 알 수 없으니 여러 가능성을 늘 열어두려고 했다. 아무래도 방석보다는 바닥이 시원하니까. 볶음이는 조금 더 시원한 곳을 찾기 위해 하우스를 거부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쿨매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볶음이가 쿨매트 위에서 곧잘 잠을 청하게 된 것. 혹시나 하는 가능성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그래서 초보 견주는 볶음이가 푹신한 촉감보다는 시원한 공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훈련도 계절에 따라 달라질 필요가 있나 보다. 오늘도 우리 강아지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어떤 것도 정해진 답은 없으니 말이다. 어떤 강아지에겐 가능한 것들이 우리 강아지에겐 남의 얘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게 초보 견주는 오늘도 수많은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는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