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물병원에서 말하는 ‘반려동물 응급 상황 가이드’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생각하지 못하던 상황이 매일 발생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응급상황이다. 사람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119’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동물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동물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때 그 심각성을 알기 위해서라도 동물의 응급상황 시 행동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으니, 바로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응급의학과 김민수 교수님께서 진행한 ‘반려동물 응급 상황 가이드’라는 주제의 강연이었다.
참고로,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서는 매월 반려인 대상 ‘반려동물 문화교실‘을 진행하기 때문에 반려생활에 꼭 필요한 수의학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반려인이라면 참가하면 좋을 것 같다.
다친 동물 접근 시 유의사항
다치거나 아픈 동물은 매우 예민한 상태이다. 따라서,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안전을 위해 아래와 같은 유의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
- 동물을 다루다가 내가 다치면 더이상 동물을 보호할 수 없으므로 나 자신의 안전을 신경쓸 것
- 천천히 부드럽게 접근하며, 고양이는 타월로 감싸기
- 자신의 반려동물이라도 아픈 경우에는 입마개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야 하는 응급상황은?
최근 구조된 새끼 고양이가 구조되어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기 전에는 바로 병원에 가야하는 응급상황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 하루 이상 식욕부진
- 구토 연속
- 이틀 이상 설사 지속
- 움직임이 둔화될 때
- 탈진 상태 (고개를 들지 못 함)
응급키트 준비해 놓아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중에 응급키트를 준비해놓은 가구가 거의 없지만, 동물용 응급 키트는 긴급 시를 대비해 꼭 있어야 한다고 한다. 구성품은 아래와 같다.
- 가위, 목줄과 입마개, 직장 체온계, 멸균 생리식염수, 롤 거즈 및 스펀지, 접착테이프, 항생연고, 라텍스 장갑, 큰 타월, 작은 손전등
정상 활력 징후
반려동물이 평소와 달리 과호흡 상태로 보이거나 맥박이 약하다고 판단한다면 정상 활력 징후와 비교해보자. 개, 고양이의 경우 체온은 38.5도~39.5도이며, 맥박은 개 80~120회, 고양이 180~200회, 호흡 수는 18~20회이다. 나이가 어릴 경우 맥박이 더 빠르다.
또한, 정상적인 상태라면 잇몸 색깔은 핑크색이고, 목 부분의 피부를 손으로 잡아당기면 1초 이내에 다시 되돌아간다고 한다. 응급상황일 때 피부를 손으로 당기면 텐트 모양처럼 피부가 되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니 기억하자.
심장 관련 응급질환
심장 관련 응급질환이 발병하면 맥박이 심하게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호흡수가 증가한다. 숨을 잘 못 쉬거나 구토를 하게 되며, 잇몸은 파랗게 혹은 회색이 된다.
바로 동물병원에 가는 것이 좋으나 불가능하다면 휴대용 산소캔으로 호흡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때, 휴대용 산소캔은 그 자체를 동물에게 뿌리는 것이 아니라 봉지에 산소를 넣고 그것을 마실 수 있게 한다.
비뇨기 관련 응급질환
소변을 자주 누거나 힘을 주며 혈뇨, 구토, 기면, 짖음, 복부 통증의 증상이 해당한다. 특히, 소변 누는 것을 힘들어한다면 바로 병원으로 와야 하며 수컷 고양이는 특히 요도가 막히는 질병에 주의해야 한다.
안과 관련 응급질환
동물이 눈을 가늘게 뜨거나 눈물/분비물이 나오고 부어오르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 안과 질환의 경우 진행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시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눈 주변에 이물질이 있는데 스스로 제거하려고 하거나 붕대로 감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상태를 더 악화 시킬 수 있다. 눈 세척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5~10분 동안 멸균 식염수나 증류수로 세척하자. 또한, 눈을 비빌 수 있으니 넥카라를 씌워야 한다.
설사 & 복부 통증
설사는 스트레스, 식단 변경과 같은 사소한 문제에 기인할 수 있지만, 심각한 질병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설사를 할 때는 물을 먹는지 확인해야 한다. 설사에 좋은 음식은 쌀죽, 닭 가슴살이 있다.
24시간 이상 설사가 지속되거나 설사 외 구토, 기면, 허약 등의 증상이 함께 보인다면 곧바로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
또한, 복부 통증의 경우에는 등을 굽히고 편히 있지 못하며 끙끙 앓게 된다. 복부가 팽창되어 구토와 설사를 동반할 수 있다.
이 때는, 물 포함 음식물 급여를 금지해야 하며 소형견은 케이지에 넣어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차도가 없으면 동물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또한, 중대형견이 토사물 없이 구역질을 한다면 위확장 염전으로 인한 급성 응급상황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추위
동물은 사람과 체온이 다르기 때문에 추운 상태인지 아닌지 사람 기준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동물이 아래와 같은 증세를 보인다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
- 몸을 떨거나, 허약한 경우
- 다리를 잘 사용하지 못함
- 점막이 창백해지거나 파랗게 변한 경우
- 정신 상태가 둔해짐
- 체온이 30~37도 수준
이때는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타월로 몸을 덮어주거나 미풍의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하자. 단, 처치 시 아래와 같은 유의사항이 있으니 꼭 지켜야 한다.
- 심하게 동물을 문지르지 말 것 (동상이 심해지거나 피부에 상처가 날 수 있음)
- 전기장판 사용 금지 (전기화상의 원인이 될 수 있음)
사전에 동상이나 추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추운 날씨에는 옷을 입히고 산책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외상 & 출혈 & 쇼크
쇼크는 외상, 감염, 심한 알러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쇼크 상태에서는 동물이 창백해지며, 심박수가 매우 낮거나 높아진다. 호흡수는 빨라지고 맥박은 약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이 손으로 사지를 만졌을 때 ‘차갑다’고 느껴지며 기면 상태에 빠지거나 우울감을 보이기도 한다.
외상 시에 동물들은 쇼크에 빠지기 때문에 외상 후 12~24시간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쇼크로 판단이 된다면 안정된 상태로 가능한 한 빨리 동물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외상으로 인해 출혈이 있을 때는 깨끗한 거즈를 사용하여 압박 지혈을 해야 한다.
경련
심각성이 상당히 높은 상태로 볼 수 있는 경련은 조절 불가능하게 몸을 떠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는 얼굴 움직임이 이상하고, 제대로 서지 못 하며 수영을 하는 것처럼 발 차기를 한다. 더불어, 배변/배뇨 조절 능력이 없어지고 이름을 부르거나 만질 때도 반응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경련이 왔을 때는 침착하게 약 10초만이라도 동영상으로 그 상황을 찍는 것이 수의사의 진료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경련 전에 구석으로 가는 등 전조증상이 보이면 유심히 살피고 대처해야 한다.
경련이 진행될 때는 절대 동물을 안거나 동작을 조절하려고 하면 안 된다. 경련 시에 주변 물건들이 있으면 동물이 다치게 되므로 이를 치워서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이송을 해야 하는 응급상황이다.
심폐소생술
사람과 마찬가지로 외상, 과민반응 등과 같은 상황 발생 시 동물에게도 심정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동물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법에 대해 알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는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응급의학과 김민수 교수님께서 직접 시범을 보이신 심폐소생술 방법이다. 응급 시를 대비해 잘 알아놓자.
특히, 심폐소생술 시에 동물에게 몸을 기대지 않고 팔을 수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하자. 또한, 1분에 100회 이상 흉곽의 25~30% 수준까지 압박이 가해질 정도의 세기로 해야 한다.
중대형견의 경우에 위와 같이 처치하고, 소형견의 경우에는 엄지, 검지, 중지 손가락으로 심장을 마사지 해야 한다.
*본 글은 강연에 직접 참가 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허락을 득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