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고양이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은 밖에서 사는 동물들에게는 참으로 지옥 같은 날들이다. 잔뜩 쌓인 눈과 꽁꽁 얼어버린 물. 어디 하나 그 작은 몸 맡길 따뜻한 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다 얼어 죽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올해 겨울은 또 얼마나 죽을까. 또 얼마나 살아남을까. 그런 걱정으로 겨울을 버틴다.
그러다 조금 따뜻한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에 움이 트기 시작하면 한결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봄바람과 함께 고양이가 태어나는 계절도 찾아온다.
몹시 추운 겨울을 제외하면 고양이는 언제든지 짝짓기를 하고 태어난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만큼 신기하고 오묘한 것은 없겠지만 이다지도 반가워하는이 없이 냉담한 탄생은 좀 가슴이 아프다. 이 고양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고가 된다. 보호소에 입소하며, 바글대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입양 및 분양하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해진다.
나는 온라인 자원봉사를 통해 어떤 고양이 보호단체의 입양 홍보 봉사를 하고 있다. 시작한 지는 한 1년 좀 넘은 것 같다. 뭐라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러나 어떤 일이 과중해지면 너무 빨리 지쳐버리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적당한 봉사활동이었다. 어디 직접 찾아갈 일도 없고, 어떤 생명을 떠나보내는 슬픔이나 무거움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러면서 적당히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열심히 맡은 바를 다해 내가 입양 홍보를 맡은 고양이가 입양 간다고 하면 기분이 좋았다. 내가 첫 입양 홍보를 하고 입양 간 고양이 ‘은재(현재는 봄이)’는 직접 입양하는 가정에 데려가 주는 이동봉사도 했다. 이후에 협회 카페에 올라온 사진을 보아 현재 집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입양 홍보가 입양으로 이어지기에는 항상 많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어떨 땐 1년을 기다리며 매일같이 입양 홍보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이 좋은 묘연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다 영영 임보 집에 정착해버리는 아이들도 없잖아 있다. 사고로 인해 보호소에 맡겨져 각고의 노력을 다해도 결국 별이 되는 아이들도 있고, 허피스 같은 전염성 질환에 걸려 보호소에 들어와 한바탕 난리를 겪는 아이들도 있다.
아직은 다자란 어른 고양이보다 어린 고양이를 원하는 사람이 더 많아서 조금이라도 어린 고양이를 맡으면 최대한 빨리 예쁜 점을 캐치해서 입양 보내려고 노력한다. 예쁜 말과 사진을 섞어 정성스럽게 글을 작성한다. 그래도 아직도 입양 못 간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도 입양 홍보 전선에 뛰어든다.
다시 겨울이 온다.
우리는 또 이 지난하고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