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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녀 1견과 사는 이야기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 김상아 작가 인터뷰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은 1녀 1견과 사는 엄마의 이야기다. 잔잔하고 담담한 말투로 아기와 강아지와 살며 느끼는 생각, 감정에 대해 서술한다. 아기와 엄마, 반려동물과 주인, 그리고 아기와 개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평소에는 잊고 살았던 우리의 관계와 매일 느끼는 일상적인 행복에 대해 떠오르게 한다. 그러다가 이내 늙어가는 개를 바라보게 하며 우리가 겪어보았을, 혹은 앞으로 겪게 될 슬픔에 빠져들게 한다.

궁금하다. 이 엄마, 한 엄마의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사실은 1녀 1견과 함께하는 엄마만이 겪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는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 슬픔을 헤쳐나가며 살아가고 있을 우리 모두에게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나는 이 책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채 이 특별한 엄마, 김상아 작가를 만나러 가보았다.

Q. 가장 먼저, 책 제목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의 의미가 궁금해요.

A. 아기가 30개월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 나는 우리 개 주인이야” “너, 주인이 뭔지 알아?” “응, 안아주는 사람이지”

“엄마, 엄마는 내 주인이야.” “왜?” “나를 매일 안아주잖아.

아기가 저에게 “매일 안아주잖아”라고 말하는데 정말 펑펑 울었어요. 어른이 생각하는 주인은 밥 주는 사람, 때에 따라 강압적일 수 있는 존재인데요. 아기의 눈에 비친 주인은 ‘안아주는 사람’이었던 것이죠.

그때 저는 생각했어요. “아, 내가 잘못하고 있지는 않구나” 하고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한 어른이 ‘진짜 엄마’가 된 기분이었어요.

Q. 엄마가 된 후 개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해요

A. 사실 예전에는 개가 저에게 룸메이트, 베프와 같은 개념이었어요.

그런데, 아기를 낳고 1년간은 개를 그전처럼 신경 쓰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개가 폭삭 늙어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정말 슬펐어요. 그러다 차분히 생각을 좀 해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곁에서 내 친구가 늙어가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늙어가는 개를 보면서 어떻게 더 잘 보살필지, 그리고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요. 그러면, 우리 할머니, 엄마도 자꾸 떠오르지요. 이제는 개를 보았을 때 ‘내 좋은 친구’라는 기분 좋은 생각에서 끝나지 않아요. 보살핌, 늙음, 약한 존재, 삶,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만히 바라보게 되지요.

아마도 어렸을 때는 이런 것을 알기 어려웠을 거예요. 엄마이기 때문에 내 친구가 늙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를 할 수 있죠. 그래서 이 책도 담담한 말투로 서술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Q. 책에는 아기도, 개도 이름이 나오지 않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제 글이 처음 보는 사람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글이 되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아기와 개의 이름을 쓰지 않았어요. 제가 서술한 ‘아기와 개’는 비단 저의 딸 ‘은조’ 혹은 저의 개 ‘보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라고 느끼기를 원했어요.

아마 이런 부분은 제가 라디오 작가일 때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때는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글을 쓰고는 했거든요. 그런 경험이 나만의 개인적인 글을 쓰면서도 타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Q. 개를 입양하러 간 순간을 서술한 부분이 참 기억에 남아요. 동물-사람의 관계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작가님의 세계관이 궁금해졌지요.

아래가 바로 작가가 유기견 보호소에 가서 개를 입양하던 순간을 서술한 부분이다.

“이윽고 담당 직원이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개를 깨끗이 씻기느라 약속 시간을 못 지켰다며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중략)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미안하게 만든 걸까. 그것은 바로 나 때문이었다. 혹여나 개가 더럽다고 코를 막으며 뒤돌아설지 모를 나를 위해. 나는 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준비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개에게 덮어줄 이불 하나 챙겨오지 않은 무심한 주인이었다.”

A. 저는 소위 말하는 ‘아싸’의 기질을 타고났어요. (웃음)

지금도 남들 다 하는 카카오톡도 안 할 정도이지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저희 엄마가 이야기해주신 건데요. 5살 때 제가 엄마를 데리고 옆집을 갔다고 해요. 그때 옆집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다른 강아지들은 다 활발히 뛰고 노는데 가장 약한 한 마리가 엄마 뒤에 숨어서 가만히 있더래요. 그런 새끼 강아지를 보면서 5살의 저는 “엄마, 쟤는 꼭 나 같아”라고 했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나 자신을 ‘약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나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약한 존재에 항상 눈이 가요. 아기와 개도 우리의 보호가 필요한 약자인데, 그 둘을 같이 키우다 보니 지금은 더 약한 존재에 눈이 가는 것 같아요.

Q. 사람과 개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신가요?

A. 개를 키우는 사람도, 개를 버리는 사람도, 모두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최근 ‘반려견’이라고 해서 개는 사람과 함께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는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개가 그렇게 살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개를 키우는 사람도, 버리는 사람도 모두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키우지 않거든요.

그래서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반려견’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라면 개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약해서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약해서 내가 보호해주어야 하는 존재, 나의 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 아기와 개를 키우는 것, 경험자에게 묻습니다.

A. 정말이지 특별할 것이 없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든요.

사실 흔한 질문이에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보통 아기와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는 분들은 같이 키우시는 분들이 아니에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한 걱정이지요.

아기와 개를 함께 키우는 것, 가족에 한 식구가 더 늘어나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것이 없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어른은 책임감을 지니고 보살펴야 하고, 아기와 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지요. 엄마는 두 식구를 안아줄 뿐이에요.


김상아 작가는 담담하게 아기와 개와 사는 것에 대해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특별한 것이 없다고.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도 특별했다. 엄마는 진짜 엄마가 되고, 아기는 보살핌을 받으며 보살피는 법을 배우고 있었으며, 시간이 야속한 늙은 개는 2배의 사랑과 배려를 받았다. 그랬다. 이 가족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가족이었다.

글쓴이: 루피 엄마

사람과 동물의 교감, 공존을 꿈꾸는 포메라니안 “루피”의 엄마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문구 “동물의 눈은 그 어떤 언어보다 많은 것을 말한다”
관심분야 “노견, 채식, 여행”
이메일: hoyneg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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