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이야기 – 버려진 개들은 어디로 가는가?
영화 언더독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하지 않는 분은 영화 관람 후 읽기를 권장드립니다.
마당닭(마당을 나온 암탉)의 제작진이 다시 한번 동물의 서사를 다룬 애니메이션으로 뭉쳤다.
마당닭의 주인공 ‘잎싹’이는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하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농장동물이라면, 이번에 다루는 주인공은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 ‘강아지’를 다룬 이야기다.
언더독
이 영화는 버려진 개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늙어서, 말을 안 들어서, 너무 커버려서, 털이 날려서. 많은 이유로 개들은 버려진다.
그렇게 버려진 개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영화는 주인공 ‘뭉치’가 버려지면서 시작된다.
버려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뭉치는 ‘짱아’일행을 만나 생활하면서 결국 유기견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재개발을 앞둔 인적 드문 마을에서 ‘개장수’를 피해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하며 생을 연명한다. 이후 들개들을 만나고, 버려진 개들의 낙원을 향해 여행을 시작한다.
주인공 강아지 ‘뭉치’는 색이나 무늬, 덩치 등을 보았을 때 보더콜리로 추정된다. 보더콜리는 머리가 좋고 영리하다고 널리 알려진 견종이다. 그런 이유로 많이 입양되었다가, 또 많이 파양 되는 견종이기도 하다. 보더콜리는 목양견으로 개량된 품종이고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견종이다. 그만큼 운동량도 많고 활달한 견종이다. 활발한 활동량은 산책이나 놀이 등으로 충분히 해소해주어야 하지만 대게 도시의 아파트에 주거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보더콜리의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고, 결국 파양이 된다.
뭉치를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준 ‘짱아’일행은 보기만 해도 어떤 견종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흔한 품종이 모두 유기되어있다. 대장 노릇을 하는 짱아는 시츄, 아리와 까리는 치와와, 덩치가 커다란 개코는 셰퍼드, 그리고 중간에 개장수에게 잡혀간 것으로 추정되는 슈나우저 ‘봉지’까지. 쉽게 볼 수 있는 개들이 쉽게 버려진다는 현실을 담아낸 것 같기도 하다.
산에 사는 개로 등장하는 밤이, 토리 등은 품종견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투견 혹은 식용견으로 키워지던 개들이 개농장으로부터 탈출해서 따로 산에 모여사는 것 같았다. 이들은 사람과 함께 살던 개들을 일행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이들도 삶터를 잃게 되어 다른 개들과 함께 새로운 삶터를 찾아 떠나게 된다.
개들의 낙원을 찾아 떠나는 내용은 좀 더 어둡게 그려진 애니메이션 울프스레인(Wolf’s rain)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다. 사카모토 마아야의 엔딩곡에 맞춰 하염없이 달리는 키바(주인공 늑대)의 모습이 그려졌다.
작중의 개들은 긴 여정의 끝에 DMZ에 도착했다. 어쩌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그곳은 개들에게 천국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 험난했고, 잃은 것도 많았다. DMZ의 푸른 들판이 펼쳐지고, 엔딩 크레딧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미래를 보여주면서 주인공 개들의 미래는 밝고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버려진 개들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되는지 알면 뒷맛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