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채식 라이프 (런던 1편)
Mildred's 의 채식버거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자리잡은 채식
얼마 전 일로 런던에 방문해야 할 일이 있었다. 드라마 셜록을 보면서 런던은 꼭 가보려고 했었기에 설레는 마음을 갖고 갔다. 실상은 빡빡한 일정에 지쳐 오로지 밥 시간만 기다렸던 것 같다. 유럽은 채식식당이 워낙 잘 되어 있다고 들었고, 혼자였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비건’ 음식을 시도해 보았다.
길가를 지나다니면 채식식당이 아니어도 많은 곳에 ‘Vegetarian-friendly’ 라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한 프랜차이즈 빵집 앞에는 ‘Go Vegan’ 팻말이 붙어있어서 놀랐다. 나는 너무나도 궁금하여 현지인에게 ‘영국은 채식 비율이 높은가봐’ 라고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 “체감상 20%는 되는 것 같아.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1번은 시도해보는 것 같아”
아 그렇구나! 이렇게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채식을 하니 식당 입장에서도 채식메뉴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해본다니, 라이프스타일의 한 형태로 채식이 확실히 자리잡은 것으로 보였다.
채식 전문 식당, Mildred’s 에서 채식버거 맛보기
나는 버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제일 처음으로 달려간 곳은 버거가 유명한 채식전문점 Mildred’s였다. 런던에만 무려 4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내가 간 곳은 Soho 지점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아 내 뒤로는 줄을 서기 시작했다.
식당 한 쪽에는 샐러드 바가 준비되어 있다. 메인 메뉴로는 각종 슈퍼푸드 및 야채 요리, 두부와 콩소세지 요리, 스리랑카식 고구마/완두콩 카레 등이 있었다. 그 중 한국식 메뉴(김치 육수 쌀국수와 bbq 소스 두부)도 있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난 버거쟁이니까 과감히 패스.
내가 주문한 버거가 나왔다. 감자튀김과 마요네즈도 같이 시켰는데, 특이하게도 바질 마요네즈다. 바질은 어디에 들어가든 진리다. 햄버거의 겉 비주얼은 보통의 버거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패티의 비주얼이 정말 고기같다. 소고기같은 느낌. 보니까 비트의 붉은 색이 마치 고기 색을 내고 있었다. 자르면 마치 육즙이 나올듯한 느낌. 모르고 보면 고기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나만 그럴 수도 있다)
과연 안에는 어떤지 잘라보았다. ‘짠!! 나는 사실 비트야’라고 정직하게 말하고 있다. 그 외 식재료로는 일반적인 버거 재료인 붉은 양파, 피클, 양상추, 마요네즈가 들어있다.
채식버거 총평
사실 콩고기는 퍽퍽함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글루텐을 첨가하면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글루텐*을 피하는 추세여서 감자 등으로 대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퍽퍽함을 완벽히 잡기는 어렵다.
(*글루텐은 밀의 주 단백질 원료이다. 서양인의 경우 글루텐 알러지가 흔하다. 그래서 어딜 가든 글루텐 프리 옵션이 있다. 국내도 장의 건강을 위해 글루텐無 제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항상 배가 아프면 밀가루를 먹지말라고 했던 의사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이 버거는 여태까지 먹어보았던 채식 버거 중 가장 맛있었다. 퍽퍽함도 잘 잡았다. 그리고 ‘나 채식버거야!’라며 콩맛만을 내뿜고 있지도 않았다.
콩은 많은 채식 요리의 주 재료이다. 나의 경우 콩자반처럼 ‘콩만 먹는 것’ 혹은 ‘콩이 기본이지만 별로 티가 안 나는 것’을 좋아한다. 제일 안타까운 경우는 콩 베이스의 음식인데 콩이 모든 재료를 압도하여 콩맛만 나는 것이다. 다른 맛있는 식재료들은 느낄 수 없이. 그런 취향에 딱 부합했다.
콩과 일반적인 채소만 들어간 흔한 베지버거는 아주 담백하긴 하지만 조금 심심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쉑쉑의 슈롬버거(버섯 베이스)처럼 육즙 느낌을 내려고 식물성 오일을 막 뿌리게 되면 기름을 먹느라 버섯의 식감은 느낄 수 없다.
이 버거의 경우 콩+비트+마요네즈가 잘 어우러져있고, 퍽퍽함이 거의 없다. 3곳 정도에서만 채식버거를 먹어봤다. 하지만 그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버거집 외에도 런던의 많은 채식식당(감자케이크, 고구마팬케이크, 이름을 알 수 있는 채식 코스요리 등)을 다녀왔다. 포스팅 길이상 다른 식당들은 따로 다루고자 한다.
p.s.: 아래는 길 가다 발견한 멋있는 강아지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