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 방지 제품에 포함된 살충제 물질 유의해야
진드기의 계절 6월, 나는 평소처럼 진드기목걸이를 채우고 나섰다. 그런데, 그 날 산책길에 루피가 귀엽다고 다가온 한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저는 강아지를 안 키워서 잘 모르지만, 지금 에프킬라보다도 더 심한 냄새가 나는데 이거 강아지한테 안 좋은 거 아닌가요?”
나는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삶이 어언 15년인데, 진드기목걸이나 진드기 스프레이의 성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드기에 물리면 큰일난다, 심한 경우 마비증세 까지 온다’는 생각만 가득차 있었고, ‘이런 향 때문에 진드기를 물리치는구나’하고 말았다.
그 날 나는 산책을 마치고, 조사를 시작했다. 수 년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문제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 또한 미국 내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진드기보다 어쩌면 더 무서울 수 있는 살충제의 위험에 대해 알아보자.
발암물질 함유로 논란 되었던 제품은?
진드기 목걸이, 스프레이는 기본적으로 살충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중 특정 성분의 경우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발암물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암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밝혀져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상세 모델명을 공개한 브랜드로는 Hartz 및 Ortho가 있다.
- Hartz 제품: 발암물질 중 하나인 Tetrachlorvinphos 함유 (세부 모델명 리스트 참조)
- Ortho 스프레이: 발암물질 중 하나인 Diazinon 함유 (세부 모델명 리스트 참조)
진드기 목걸이와 고양이 구강암의 상관관계
실제로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진드기 목걸이 제품이다. 2003년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교 공중보건학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진드기 목걸이를 착용한 고양이의 경우 구강종양(구강편평세포암)이 발병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고양이들과 비교했을 때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가 발표된 이후, 많은 반려인들이 천연제품 (샴푸, 오일 등)으로 교체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도 미국 내 논란이 되는 제품 있어
최근에도 미국 내 논란이 많은 제품이 있으니, 바로 세레스토 (Seresto) 진드기 목걸이다. 이 제품은 FDA의 규제를 받는 의약품이 아닌 ‘살충제’ 제품이기 때문에 농약에 대한 허가를 담당하는 환경 보호국에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홀리스틱 수의사로 유명한 로리 코거 (Laurie Coger) 박사는 미국의 환경 보호국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데이터를 인용하면서 세레스토 진드기 목걸이와 관련된 부작용 중 약 10%가 ‘치명적 혹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분류된다고 강조했다.
코거 박사가 인용한 미국 환경 보호국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부터 2017년 7월 1일까지 세레스토 진드기 목걸이와 관련되어 보고된 부작용 (사람 및 동물 모두 포함)은 14,135건이다. 이 중 동물과 관련된 부작용은 14,028건으로, 세부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사망: 300건
- 심각성이 높은 부작용: 980건
- 심각성 보통 수준의 부작용: 3,115건
- 심각성 낮은 수준의 부작용: 8,515건
- 심각성이 보통 이하이며 알 수 없는 부작용: 1,118건
심각성이 높은 부작용에 대한 세부 병명이나 위험 요인 등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살충제의 부작용은 신경증세 (발작, 경련 등)이다.
유의해야 하는 화학물질
살충제에 대한 부작용은 피부 발진, 가려움증에서부터 신경계 증상(경련, 발작 등)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을 피해야 하는 것일까?
아래는 진드기 제품에 쓰일 수 있는 성분을 치명도에 따라 나눈 것이다. 진드기 목걸이, 스프레이 뿐만 아니라 외부구충약에도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다.
특히, 습관적으로 몸을 구석구석 핥는 것을 반려동물의 경우 더 조심해야 한다. 몸에 바른 약, 목걸이에서 나온 물질 혹은 집에 뿌린 살충제가 몸에 묻어있다가 결국 입에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1. 발암물질
위에서 언급하 바와 같이 발암물질로 밝혀진 살충제 성분이 치명도가 가장 높다. 2017년 1월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센터 (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5가지가 사람과 동물에 있어서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 Glyphosate, Malathion, Diazinon, Tetrachlorvinphos, Parathion
위 물질 중 Parathion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금지되었다. Tetrachlorvinphos의 경우 국내와 유럽에서는 금지 되었지만 미국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며, 기타 3가지 물질은 허용물질로 각종 제품에 함유될 수 있다.
2. 중독증세 유발 가능성이 높은 물질
피레드린(Pyrethrin)
피레드린은 보통 위산에 의해 가수분해 된다. 하지만,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강아지, 고양이의 경우 구토, 침 흘림, 떨림, 경련 등의 중독증세가 일어날 수 있다. 건강한 반려동물이라면 24시간 후 중독증세가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타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내원하여 해독하는 것이 권장된다.
피레드로이드계 물질 (Pyrethroids)
페르메트린(Permethrin), 페노트린(Phenothrin), 에토펜프록스(Etofenprox)와 같은 물질이다. 피레드린처럼 쉽게 가수분해 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다. 구토, 침 흘림, 떨림, 경련 등의 중독증세가 일어날 수 있으며, 피레드로이드계 물질은 고양이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3. 중독증세 유발 가능성이 낮은 물질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와 아릴-헤테로사이클 (Arylheterocycle)
타 살충제에 비해 위험도가 낮다고 알려져있는 물질들이다. 하지만, 예민한 동물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 동물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기도 한다. 이미다클로프리드는 Advantage II 제품에, 아릴-헤테로사이클은 프론트라인 Top Spot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기도 하다.
디노테퓨란 (Dinotefuran)
건강한 반려동물에게 사용하였을 때는 위험도가 낮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몸이 약하거나 노령의 동물, 약을 복용중인 경우, 임신중인 동물이나 예민한 동물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전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IGR & IDI (Insect growth regulators & development inhibitors)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물질로 곤충의 호르몬을 복제한 물질이기 때문에 위험도가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다. 프론트라인 Plus, Advantage II 등 외부구충약의 신제품 라인에 함유된 물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