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맘의 반려견 동반 여행기 – 강원도 양양
지난 겨울 올림픽이 끝나갈 무렵 리비와 남편과 함께 셋이 강원도 양양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강원도는 원래도 사랑이지만 반려견 동반 숙소도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고 무엇보다 강아지와 함께 새파란 동해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여행지다!
사실 야외 명소는 당연히 웬만하면 모두 강아지와 함께 가도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무식한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준비하여 알았다.
양양과 강릉 주변에서 강아지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에 대한 인터넷 정보들을 참고해서 처음 향한 곳은 하조대.
하조대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하조대 등대와 거기서 조금 더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하조대 정자가 있는데 우리는 해수욕장 + 등대쪽을 먼저보고 정자로 이동했다.
리비는 미용한 지 한 달만에 털이 정말 많이 자라서 매우매우 꼬질한 상태 허허
겨울이지만 아주 많이 춥지는 않아서 리비도 모래사장을 신나게 뛰어다녔다!
엄마 나 사진 찌그는 거예여?????
시원한 바다 전망이 좋았던 정자에도 들렀다!
이날 숙소는 양양 퍼피게스트하우스로 정했다. 강아지 없으면 못자는 곳!
퍼피게스트하우스에는 사장님 가족도 사시는 듯한 본채가 있고 강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 마당 옆으로는 별채 두 개가 있다. 만약 본채에서 묵으면 방만 빌릴 수도 있다 (욕실 공용). 우리는 욕실과 바베큐장이 있는 별채에서 우리끼리 오붓하게 지내기로 했다. 강아지 전용 타올, 배변패드 등 기본적인 강아지 용품들도 갖춰져있었다. 바닷가랑 가깝지는 않고 한적한 시골마을 안이지만 찾아가기 힘들지 않았고 조용해서 정말 좋았다.
우리가 묵은 독채! 새로 지어서 모든 것이 깨끗하고 반짝반짝.
높은 천장. 2층에는 작은 다락도 있지만 사람이 3명 이상일 때 딱 잠만 잘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다.
바베큐할 수 있는 그릴이 있다고 해서 미리 사용 신청을 해두었다. 밖에서 먹으려고 했다면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식당을 또 찾아봐야 했을텐데 그릴이 있으니 바로 우리 방 옆에서 리비도 같이 놀며 고기 구워먹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다. 강원도 가기 전 집 근처 이마트에서 사간 고기와 반찬들로 핵꿀맛 저녁!
하아 지금 당장 또 먹고싶다.
혹시라도 리비가 낯선 곳에서 잠을 잘 못자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집에서 깔고자던 핑크 담요를 깔아줬더니 금세 코코 잘 잤다 🙂
다음날은 느즈막히 일어나 마당에서 주인댁 강아지들과 조금 놀고 숙소를 떠났다.
사진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퍼피게스트하우스가 또 좋았던 것은 강아지들 씻기는 시설!ㅠㅠㅠ 아예 별도의 가건물에 강아지들을 씻기고 말릴 수 있는 시설이 다 준비되어있다. 여기서 첨 맛본 초대형 드라이어의 위엄은 실로 놀라왔다 하아ㅎㅎㅎ여름에는 강아지 수영장도 운영하신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 수영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양양에는 강아지랑 해수욕할 수 있는 멍비치도 있으니까 여름에 가면 더더더 좋을 것 같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약간 아슬아슬한 별채의 온수탱크 용량ㅠㅠ 한사람이 샤워하고 나면 다른 사람은 쪼금 여유있게 온수가 다시 채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샤워를 해야한다.
이날의 첫 끼는 동해 막국수! 강아지는 같이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리비는 간식이랑 담요가 있는 차에서 잠시 쉬고 우리만 얼른 들어가서 흡입하고 나왔다.
미친 비쥬얼. 미친 고소함. 꾸악!!!!!!!!!
동해막국수 검색하면 여러 지점?이 나오는 것 같은데 우리가 간 곳은 저기였다. 최근에 건물을 새로 지으셔서 바로 작년에 올라온 블로그 리뷰에 있는 사진하고도 완전 다르게 생겼다.
올림픽 폐막 바로 전날이었고 그래도 근처에 왔으니 강릉 올림픽 파크만 얼른 스윽 돌아봤다. 여기도 역시 강아지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리비는 또 차에서 잠시 휴식ㅠ 날씨가 궂었다면 아예 엄두도 못냈겠지만 다행히 꽤 포근한 날이었다.
(혹시라도 반려견 동반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강아지를 자주 차에 두고 자리를 비우는 것이 괜찮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꼭 그래야한다면 여행 전 평소에도 차로 자주 이동해보며 강아지의 상태를 잘 관찰해야 하고 차에서 종종 놀아도 주고 분리되는 연습도 해줘야 한다.)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사실 그 다음이었다. 이전에 리비 입양기에도 적었지만 리비는 강릉유기견보호소에서 왔다. 보호소 공고에는 리비가 ‘주문진 등대스쿠버 앞’에서 발견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강원도로 함께 여행오기로 한 젤 큰 이유는 리비가 구조된 곳을 직접 보고싶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리비가 이상한 반응을 하진 않을지, 리비를 알아보는 동네 주민분들이 있지는 않을지 걱정 반 설렘 반 복잡한 맘을 안고 주문진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리비가 발견된 곳이 주문진 등대’스쿠버’가 아니라 그냥 주문진 등대 앞이라고 생각하고 언덕 위에 있는 하얀 등대까지 올라가봤다.
등대 계단에서 사진도 찍고 주변 산책도 했는데 리비의 반응이 영 시큰둥해서 다시 공고 사진을 찾아보니 발견장소가 요기가 아니었네???^^^^^^^^^ 바로 인근에 있는 ‘등대 스쿠버’로 향했다.
등대 스쿠버는 더이상 아무것도 운영되지 않는, 그야말로 폐허였다. 바로 옆으로 파도가 세차게 부딪혔다. 이때쯤 추적추적 비도 오기 시작해서 분위기는 더 스산했다.
리비가 왜 이 폐허를 떠돌고 있었던걸까? 비 때문인지 도무지 말을 물을 사람도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리비도 딱히 저 곳을 잘 아는 것 같아보이지 않았다. 그냥 처음 온 곳처럼 킁킁 냄새를 맡으며 몇 바퀴 얌전히 산책했다.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분명 길을 잃기 전에도 사랑받으며 자랐으리라 믿고 싶지만 길에서 떠돌았던 그 시간들은 이제 완전히 잊어버려도 될 것 같다.
이 밤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유기견들이 집을 그리워하면서 길바닥에 쭈그려 잠을 청하고 있겠지. 너무 더워지기 전에 더 많은 강아지들이 가족을 찾았으면 좋겠다. 가족이라 생각하면 입양도 어렵지 않다.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가족’을 맞이하는 딱 그만큼의 책임감만 있다면 나머지는 강아지 친구가 집에 오는 순간부터 그냥 다 된다. 너무 사랑스러우니까!!!!!!!! 악!!!!!!!!!!!!!!!!
셋이 다같이 바다 냄새도 맡고, 배터지게 고기도 먹고, 집에서처럼 꼭 붙어자고, 리비의 고향도 둘러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다. 시간이 더 가기 전에 리비랑 같이 여기저기 더 부지런히 다니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