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미국에서 만난 고양이들

고양이에 대한 그리움

미국에 출장을 왔다. 약 3주간의 짧은 출장이라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아마존에서 신나게 물건을 사는 것도 시들해졌고, 킨들로 책 읽는 것도 시들해졌다. 멀리 있는 쇼핑센터에 가서 쇼핑을 할 만큼 의욕적이지도 옷이나 가방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미국에서만 판다는 고양이 간식을 열심히 사들이고 나니 한국에 있는 고양이가 더 보고 싶기만 했다.

출근길에 만난 고양이

고양이를 보러 가자!

그러다 지난번에 소셜에서 본 테리(Terry)의 사연이 생각났다. 나도 고양이 빗질 정도는 할 수 있으니 근처에 보호소가 있다면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차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BCPR(Bergen County Protect and Rescue Foundation)의 홈페이지를 찾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지 메일로 물어봤는데 답장이 없었다. 그래서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한번 더 보냈다. 그리고 토요일에 보자는 답장을 받았다.

그곳에서 고양이를 담당하는 자니스(Janeese)를 만났다. 그녀는 자신을 캣 마마라고 소개한 멋쟁이였고, 나에게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고는 그다음 주 토요일 오전에 시간이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하니 그때 한국 미국인(미국에서 많이 듣는 말인데 미국인이지만 어디 출신인가를 앞에 붙인다. 사족으로 미국 미국인도 있다)이 봉사 활동하러 올 예정이라 나에게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장 뭔가를 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음 주에 보기로 하고 그곳을 떠났다.

약속의 날이 왔다

약속한 토요일이 왔다. 다시 BCPR을 찾았다. 내 얼굴을 알아본 스탭이 나를 캣 룸으로 안내했다. 4단으로 마련된 철제 케이지에 고양이가 잔뜩 있었다.

이미 한 명의 자원봉사자가 한참 캔을 나눠주고 있었다. (안타깝게 그녀의 이름은 잊어버렸다) 그녀는 익숙하게 캔을 따고 포크로 내용물을 반으로 갈라 접시에 으깨줬다. 그녀는 이곳에서 오래 일한 봉사자 같았다. 나에게 한 마리 한 마리의 고양이들을 소개해줬다. 어디에서 구조가 되었다던가 어딘가에 입양 갔다가 파양이 되었다던가. 사연을 들어보니 입양되었다가 파양 된 케이스도 꽤 많은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 이름과 설명을 들으며 케이지마다 간식 캔 그릇을 넣어줬다.

캔 나눠주기가 끝나자 본격적인 청소가 시작되었다. 리터 박스를 비우고, 닦고, 다시 모래를 채우고. 사료그릇과 물그릇은 깨끗이 닦고 채워 넣고. 케이지 아래 깨끗한 신문지를 새로 깔고 안을 소독약으로 닦고. 러그를 털고 장난감을 줍고. 아이들을 꺼내 발톱을 깎거나 눈곱을 떼어주고, 귀나 눈, 엉덩이를 체크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조금 쓰다듬어준다.

그곳에는 다양한 고양이가 있었다. 다른 고양이에게 관심을 주려하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라며 소리치는 고양이(우리는 그녀를 ‘프린세스’라고 불렀다), 사람이 근처에만 있어도 골골 송을 불러대는 고양이. 상냥하지만 귀가 멀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양이. 털이 아주아주 매끄러워 쓰다듬는 게 너무 좋았던 고양이. 먹고 자는 게 일인 아기 고양이들까지. (아기 고양이들이 잠들어서 너무 귀여워하며 그녀를 불렀더니 그녀가 it’s their job. eat and sleep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곳의 고양이들은 모두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절반쯤 치웠을까. 점심시간을 지나며 슬슬 배도 고팠고 다리도 아팠다. 보통 세 시간 정도 한다는데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해도 절반이라니.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 혼자 이 많은 고양이들을 돌보고 청소해야 했을까? 다른 건 몰라도 밥그릇, 물그릇, 그리고 화장실은 매일 씻어줘야 할 텐데 다른 날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케이지 청소에 이어 캣 룸의 청소까지 모든 게 끝났다. 내가 도움이 되었는지 다음엔 언제 올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미국 출장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 꼭 다시 오겠다고. 올 때 메시지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미국에 출장을 올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나 말고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왔다. 대부분 강아지들을 케어했는데, 산책을 시켜주는 것 같았다. 어떤 강아지는 내가 캣 룸에서 청소하고 있는 동안 엄청 으르렁거리고 짖었는데 사람이 근처에 가니 오히려 행복해했다. 사람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너무 예쁜 강아지여서 좋은 가족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퇴근(?) 길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엄청 큰 사료며 강아지 용품들을 실어 나르는 것을 보았다. 센터 직원이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것을 보니 아마 물품을 기부하는 것 같았다. 나도 기부할 수 있을까? 하고 홈페이지에 ‘기부’란을 보니 신기하게도 아마존을 통해 기부할 수 있었다. 필요한 물품 목록을 아마존에서 리스트로 만들어두면, 누군가 구매해서 센터 쪽으로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편리한 기부 기능은 한국에도 빨리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ergen County Protect and Rescue Foundation

http://www.bcrescues.org/

글쓴이: 클레어 Clare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을 쓰고 그리는 클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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