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채식 라이프 (런던 채식 맛집 2편)

채식 코스요리에는 대체 뭐가 나올까?

채식 코스요리가 궁금해

채식을 시작하면서 나는 여러 레시피를 시도해보면서 요리를 했다. 물론 주로 한식이었다. 콩고기로 만든 떡갈비나 들깨버섯탕 같은 것들. 그러다보니 런던의 채식 레스토랑 리스트에 많은 곳에 ‘채식 코스’가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채식 코스요리라니… 샐러드로 시작해서 콩고기로 끝나지는 않을까? 왠지 가성비가 안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언제 또 영국에 오겠나? 싶어 다녀왔다. 그렇게 다녀온 2곳. 채식 코스를 한 번 감상해보자.

Vanilla Black – 신기한 메뉴의 향연

이 식당의 쉐프 팀은 2004년, 채식 메뉴가 모두 파스타, 고기 대체 재료 (일명 콩고기)이거나 강하게 양념된 메뉴인 것에 질려서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그런만큼 굉장히 실험적인 메뉴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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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고 있는 재료가 나열된 메뉴를 보고 별 기대 없이 먹었다. 먹고 나서는 ‘어떻게 토마토로? 어떻게 양상추로 이런 맛을 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식 코스메뉴에 나온 요리를 차례대로 살펴보자. 비건이 아닌 베지테리안으로 먹었다. 모든 메뉴에는 비건 옵션이 있다.

웰컴 드링크. 사과와 샐러리로 만든 상큼함으로 가득찬 첫 메뉴.

Cucumber, Sticky Rice and Ginger Purée (Pickled Cucumber Ketchup and Seaweed)

밥 튀김에 오이와 미역 그리고 생강 퓨레가 곁들여져있다. 사실 재료명을 보면 오이, 밥, 생강, 미역. 군침이 도는 재료는 아니다. 나는 특히 평소에 오이라는 재료를 맛있다보다는 맛없다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맛없는 오이가 들어간 케찹이 제일 맛있었다. 특히, 튀김은 종류불문 간장에 찍어먹었던 나인데, 상큼한 케찹에 찍어먹으니 색달랐다.

Baby Fennel, Creamed Lemon and Toast

바질과 라임을 얼린 것, 펜넬(사진 속의 긴 초록색 채소)과 토스트다. 차가운 바질과 라임 바로 옆에 뜨거운 토스트가 있다. 저 갈색이 토스트인데 내가 알던 바삭한 식빵 토스트는 아니다. 숟갈로 떠먹을 수 있는 녹아있는 빵 토스트였다.

이 메뉴는 아주 맛있다기보다 신선했다. 나는 바질을 매우 좋아하므로 바질/라임 아이스는 참 맛있게 먹었다. 다만, 코스 중간에 샤베트같이 디저트스러운 걸 먹는 것이 한국인인 나에게는 좀 어색하다.

Tomato Shortbread, Sheep’s Milk and Broccoli

토마토를 얇은 비스켓 위에 입히고 그 안에 치즈를 넣은 메뉴다. 저 노란색 소스는 계란 노른자, 초록색 소스는 양상추로 만든 소스이다. 내가 제일 정신팔려 먹은 메뉴다.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다.

얇은 비스켓에 토마토를 입혔는데, 토마토 가루가 하나도 떨어지지 않고 깔끔했다. 맛은 토마토 케찹과 비슷한데 단맛 신맛이 모두 빠진 온전한 토마토의 맛이다. 그런데 안에 있는 치즈가 또다시 차가웠다. 차가운 치즈와 브로컬리. 나는 또다시 어색함을 느꼈다. 아쉬워할 뻔했는데 소스때문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양상추 소스는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걸쭉한 양상추 수프같와도 같다.

Baked High Cross and Charred Spring Onions

양파를 구운 요리. 사실 튀긴 것처럼 보였다. 설명에도 그렇고 실제로 먹는데도 기름기가 없어서 진짜 구운게 맞는 것 같다. 앞에서 하도 신기한 메뉴들을 먹어서 그런지 이 메뉴는 평범했다.

Coconut Sorbet, Toasted Rice Mousse and Coffee

디저트로는 상큼한 코코넛 샤베트가 나왔다. 여기서 단 브라우니나 초코 샤베트가 나왔으면 앞에서 먹었던 상큼하고 달콤한 메뉴의 식감을 다 까먹었을 수도 있다. 상큼함으로 시작해서 상큼함으로 끝나는 코스.

Gauthier Soho

미슐랭 레스토랑으로도 선정된 Fine dining 프랑스 레스토랑이다. 알고보니 런치 가격이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비건 테이스팅 메뉴도 있다. 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에서 뽑은 2016년의 비건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내가 먹은 것은 비건 4코스.

테이블이 참 로맨틱하다. 나만 혼자 왔다. 다른 테이블은 모두 커플.

채식 코스를 시키면 나오는 2개의 웰컴 메뉴. 특히 저 브로컬리 튀김이 맛있다.

기름옷을 입고 튀겨진 브로컬리. 거의 흡입을 해서 리필해 달라고 하고싶을 정도. 나는 튀김을 참 좋아한다.

에피타이저. 상큼한 사과와 건강한 맛의 소스.

Tofu Maison, Seaweed & Plankton

두부와 달짝지근한 간장 소스. 해초와 플랑크톤이 어우러져있다.

Whole, slow roasted parsnip

일반 메뉴에서는 오징어로 조리를 한다면 채식 코스에서는 파스닙(설탕당근)으로 조리를 했다. 마치 처음에 오징어 몸통이 구워서 나온 것인 줄 알았다. 비건 코스인데 잘못 나왔나 싶었는데, 당근이었다.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발견이었다. 파스닙의 재발견. 파스닙으로 우엉조림처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스테이크 스러운 요리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반가웠다. 맛은? 두 말 할 필요없다. 당근인듯 고구마인듯 오징어인듯 싶은 것이 참 맛있었다.

비트로 만든 디저트로 마무리.

채식 코스요리 체험

고민 끝에 맛본 채식 코스요리. 샐러드로 시작해서 콩고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Vanilla Black은 실험적이었고, Gauthier Soho는 클래식한 프랑스 요리인데 비건이었다.

영국은 채식의 역사가 길어서 그런지 메뉴가 정말 다양했다. 채소나 콩이 지겨운 채식주의자는 물론 채식 요리는 배고프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여행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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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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