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의 반려동물을 대하는 자세
‘반려’란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한다. 영어로는 ‘Companion’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본래 ‘나와 빵을 나눠먹는 사람’을 지칭하는 라틴어 ‘Pani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렇듯, 반려동물은 나와 의식주를 함께 하는 짝이다.
이런 나의 평생의 짝, 반려동물과의 삶에 크나큰 비극이 있으니, 바로 수명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반려견 13년, 반려묘 16년, 지친 출퇴근길 나를 맞아주며 마음을 나누는 길고양이는 2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슬프지만 이것은 내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았을 때부터 맞게 되는 운명이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이 노령이 되었다면 이 소중한 인연을 마무리 짓기 전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일까? 필자는 강아지를 보내면서 느꼈던 점, 후회가 되었던 점을 바탕으로 ‘노령의 반려동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수시로 몸상태를 체크하자
반려동물이 노령이 되었다면 건강해보인다고 하더라도 항상 몸의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들은 너무나도 영리해서 자신이 아픈 것을 기가 막히게 숨기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 아파보인다고 알아차릴 때 쯤이면 이미 많이 아픈 상태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시로 혀의 색깔 (청색증 체크), 코의 촉촉함, 기력과 식욕, 배변상태 등을 체크하자.
노령의 반려동물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중 심각한 증상으로는 청색증과 써클링이 있다. 혀의 색이 청색으로 변한다면 혈액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심장 등 특정 장기에 이미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써클링은 치매 증상 중 하나로 뇌에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은 주의해서 보아야 한다.
특정 장기가 약하지는 않은지 미리 체크하자
강아지는 심장, 신장, 관절이 약한 경우가 많다. 고양이는 신장과 대장이 약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나의 아이가 어떤 장기가 약한지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병 후 증상으로 나타나서 아이가 아파할 때 검사를 받는 것은 동물에게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노령인데 검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라면 건강검진을 진행하여 선천적으로 약한 혹은 후천적으로 손상된 장기가 있는지 알아보자. 그렇다면 그에 따라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적절한 관리를 할 수 있다.
노령의 동물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동물도 사람처럼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사람처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고 가정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의 변화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주인이 갑자기 없어진다든지, 평생 병원에 가본적이 없는데 하루종일 병원에 있어야 한다든지, 주인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등의 환경 변화를 감지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스트레스 정도가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몸의 상태가 약해져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자체에 취약해진다. 스트레스를 받게되면 소화불량 (설사, 변비 등), 식욕부진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때, 노령이라면 어렸을 때처럼 빠르게 회복되기가 어렵다. 스트레스로 나타난 증상 때문에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고, 기저질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노령의 동물이 집에 있다면 환경 변화를 최대한 제한하자. 갑자기 온가족이 여행을 간다든지, 미용사를 바꾼다든지 등의 변화말이다.
자연적인 신체 변화에 놀라지 말자
노령의 아이의 몸상태를 체크하다보면 꽤 많은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나이를 먹으면 여러 변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 걸음걸이가 느려지며 잠을 많이 잔다
- 시각, 청각, 후각 등 신체의 전반적인 기능이 저하되어, 잘 부딪히고 주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 피부에 검버섯이 난다
이러한 신체 변화를 접하게 되면 자연히 놀라게 된다. 어디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앞을 못 보니 당황스러워지기도 한다.
노령의 아이들을 살펴볼 때는 질병의 증상인지 자연적인 신체 변화인지 구분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애기 때 모습과 같은데, 신체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병원에 달려가서 몸에 무리가 되는, 불필요한 검사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 그러한 환경 변화는 반려동물을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할 뿐이다.
투병생활을 하게 될 수 있다
건강한 상태로 보여서 ‘우리 아이는 20살까지도 살 것 같아’라고 안심하고 있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질병이 찾아와 투병생활을 해야할 수 있다. 보통 노령의 아이에게 찾아오는 질병은 단순한 잔병이 아니다. 매일 약을 먹여야 하고, 갑자기 호흡곤란이 오지는 않는지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질병인 경우가 많다.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반려동물의 밥을 처방식으로 바꾸고, 이 병원, 저 병원을 가며 검사를 하고 필요 시 입원을 하기도 한다. 경과가 괜찮아서 집에 데려왔는데, 밤에 잠을 자지 못 하고 밤새 간호해야 하기도 한다.
이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온가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금전적으로는 물론 많은 시간도 소비하게 된다. 따라서, 씩씩하게 투병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아래 사항들에 대해 미리 생각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아래에 대해 잘 모른채 투병생활을 시작해서 애를 많이 먹었다.
- 믿고 갈 수 있을만한 병원을 평소에 알아두는 것
- 치료에 대한 원칙, 금전적인 문제, 병간호를 위한 시간적 투자 등에 대해 가족과 사전 논의
투병생활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질병에 대해 공부하면서 잘 관리한다면 노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더불어, 주인이 힘을 내는만큼 반려동물도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 따라서,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손을 놔버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자
평소에 반려동물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가? 반려동물은 단어의 뜻을 알지는 못 하지만, 나의 표정, 어조, 몸짓을 보고 이해한다. 노령의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자. 이 따뜻한 한 마디는 나와 반려동물의 인연을 더욱 소중하고, 끈끈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혹시 아는가?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면 어느 날 나에게 나도 사랑한다고 대답해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