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마취 전 꼭 고려해야 할 사항 5가지
반려가족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마취를 경험하는 반려동물도 많아졌다. 그리고 마취 후 부작용 (쇼크, 각종 장기 손상 등)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국내의 경우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영국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건강한 강아지가 마취 부작용으로 사망할 확률은 0.05%, 고양이의 경우 0.1%다. 낮은 확률이다.
하지만 이러한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우리집 반려동물에게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 때문에 동물병원에서도 마취 전 주인에게 위험성에 대해 고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마취 전 주인이 꼭 알아야 할 사항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반려동물의 나이 고려해야
3개월령이 넘은 강아지나 고양이는 마취를 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마취전문 수의사 Lynne Kushner 박사에 따르면 너무 어린 경우 신체장기의 기능이 100% 작동한다고 볼 수가 없어 마취약에 대한 반응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어린 동물들은 체구가 작고 지방량 또한 적은데 이 경우 마취 중 혈압이 낮아질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반대로, 나이 든 동물 또한 신체장기가 제기능을 못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마취를 하게 되면 장기가 더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노령의 동물들은 많은 경우 이미 앓고있는 질환이 있다.
특히나, 만성적인 지병이라면 각종 장기 손상 및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저혈압을 앓는다면 신장이나 간 손상 위험이 높다. 그리고, 당뇨병, 심혈관 질환, 관절염을 앓는 경우에는 마취 후 각종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외에도, 혈액응고장애, 시력 상실, 경련, 심부전증이 마취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앓고 있는 질환이 있다면 위험성 높아져
마취 부작용 중 가장 무서운 것은 동물이 이미 앓고 있는 질환이 마취로 인해 악화 되는 것이다. 영국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건강한 고양이가 마취부작용으로 사망한 경우는 전체의 0.1%였지만, 지병이 있는 경우는 1.3%로 급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취 전 기본 검사를 행하여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질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체기능이 약화된 노령의 동물일수록 더 그렇다.
실제로, 만13세에 수술을 받았던 한 노견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강아지는 마취 전 검사에서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 하지만, 수술 후 심각한 경련 증세와 청색증을 보였다. 이에 대한 의학적 소견은 ‘혈액검사상은 정상수치 범위였지만 신장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또한, 혈액검사로 파악할 수 없었던 뇌 및 간 질환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였다.
즉, 마취 전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에서 모두 정상수치가 나온다고 ‘마취에 완벽한 건강상태’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전에 간, 신장질환, 당뇨병, 심근증, 탈수증 등을 앓은 병력이 있다면 마취 위험성은 더 증가한다.
따라서, 주인은 수술 전 이전에 앓았던 크고 작은 질병들, 일상적으로 발견된 증세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의사와 공유해야 한다.
몸무게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해
미국 Alameda East Veterinary Hospital의 마취전문의인 앰버 홉킨스는 체중 증감이 있었다면 권장 마취사용량 대비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내 지방량이 적으면 마취약이 퍼지는 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이 경우 심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마른 동물일수록 체온, 혈압, 신진대사율이 떨어져 수술시간 동안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비만이라면 지방과 조직이 많아 폐에 대한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 할 수 있어 호흡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 마취 시에도 마취약물 사용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마취약물 초과사용 시 최악의 경우 사망에까지도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물병원 선택 시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있거나 마취 경험이 풍부한 곳으로 가야한다. 또한, 수술 중 그리고 그 후에 관련 기계는 물론 신체 바이탈(혈압, 호흡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정 종 더 위험할 수 있어
페키니즈, 보스턴 테리어, 퍼그 등과 같은 단두종, 히말라야 고양이, 페르시안 고양이 등과 같은 묘종은 비강(코 속 공간)이 작아 마취 중 그리고 마취 후 숨 쉬는 것을 어려워 하기도 한다.
또한, 푸들,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과 같이 기관협착증에 취약한 견종은 호흡마취를 위한 삽관 후 기침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 때, 염증 및 감염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 기침약 등을 제 때 먹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더불어, 기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염증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삽관시간을 더 길게 놓아야 하기도 한다. 따라서, 평소에 기관협착증이 의심되거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면 수술 전 담당의에게 해당 사항을 꼭 이야기해야 한다.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더 민감할 수 있어
고양이가 강아지보다 예민한 동물인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삽관을 할 때 후두경련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등 우발적인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 계속 실패하여 여러 번 삽입을 시도하면 기도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고양이 마취의 경우 고양이 수술 및 처치 경험이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 안전하다.
꼭 필요할 때만 마취해야
위처럼 마취는 상당히 높은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의학적 처치이다. 특히, 지병을 앓고 있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 더욱 그렇다.
건강한 나이에 행하는 중성화 수술이나 잇몸질환 치료를 위한 필수적으로 스케일링을 하는 등의 경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때는,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경험이 많은 동물병원을 택하고, 충분한 수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병력이나 우려사항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반면에, 꼭 해야하는 상황이 아닌데 사람과 비슷하게 생각하여 스케일링을 자주 한다든지, 미용 시 마취(고양이의 경우)를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