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입양기] 동구가 왔다. 아니, 아직 오기 전 이야기 – 동구는 처음이라

지난겨울, 우리 집에 동구가 왔다.

겨울에 태어난 고양이, 동구는 ‘노르웨이 숲’이라는 근사한 이름의 품종의 고양이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 원래는 북유럽 노르웨이의 숲에 자연 발생한 종이다. 대게 3-4년까지 성장하며 다 자란 고양이는 5kg을 훌쩍 넘는 대형종에 속한다. 붉은여우를 쫓아내는 만렙 고양이 짤로 많이 알려져 있다.

동구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동구를 데려온 곳에 대한 설명을 우선 해야 할 것 같다.


작은 판매전으로 시작된 만남

동구를 만난 곳은 합정동의 작은 카페 겸 쇼룸, 포레스트. 쇼룸에서 진행한 ‘작은 숲 판매전’을 통해 쇼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당시 고양이 핀버튼을 만들었고, 어쨌든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멋모르고 참가한 판매전이었는데 정작 물건을 파는 것보단 고양이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판매전이었다. 그리고 이때 함께했던 셀러분들과는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모로 이 곳은 좋은 시작점을 가진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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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고양이는 역시 나이트인데, 나이트를 보고 장모 고양이와 큰 고양이에 대한 쇼크를 동시에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 춘수를 장모라며 뻘뻘거리면서 키우고 있었던 나에게 춘수는 그저 중장모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가져다준 고양이였다.

말이 쇼룸이지 나에겐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커피 한잔을 사면 고양이 간식도 주고, 고양이 장난감도 주고, 고양이 털도 준다. 다만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이니만큼 고양이나 브리더의 컨디션에 따라 오픈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직접 가야 오픈을 확인할 수 있는 슈뢰딩거의 영업일을 가지고 있다. 지난번에도 한번 미리 약속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돌아가야 했던 적도 있다.

그리고 사건(?)은 지난 2018년의 끝이 보이는 늦가을, 예의 그 합정동 쇼룸에서 시작되었다. 한번 방문에 실패했던 친구와 두 번의 실패는 없다며 다시 쇼룸을 찾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달랐다. 그 지난주에 춘수의 첫 데뷔이기도 했던 CFA 캣쇼에서 브리더님을 만난 것이다. 쇼가 끝날 무렵, 다음 주에 꼭 갈 테니 쇼룸을 오픈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다행히 이번 방문은 무사히 성사되었다(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쇼룸은 동물복지법 개정으로 인해 축사를 만들고 있으며 더는 오픈하지 않는다).

그날 쇼룸에는 나이트와 포, 캠퍼(동구의 아명)와 동배 형제들, 그리고 갓 눈을 뜬 꼬물이 아이들이 있었다.

오신 김에 얘 좀 데려가세요.

우리 사이엔 늘 하는 말이었다. 얘는 이래서 예쁘고, 얘는 이렇게 이렇게 예쁘고. 꼬물꼬물 아기 고양이와 다자란 고양이들까지 예쁜 것을 얘기하자니 끝도 없었다. 쇼에 관심을 가지고, 쇼에 참여하니 얘기할 거리가 훨씬 많아졌다. 무슨 캐터리는 어쩌고 저쩌고. 마침 그 지난주가 쇼였다 보니 쇼 얘기를 했다. 2번 링에서 HHP관련 심사가 어쩌고, 1번 링에서 파이널 심사가 저쩌고. 지난 쇼는 어쩌고 저쩌고. 같이 아는 사람들 얘기, 같이 아는 고양이 얘기, 같이 아는 사람이 키우는 고양이 얘기를 한다. 어느 캐터리는 분양 예약이 너무 밀려서 2년을 기다려야 한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저희는 분양 중인 애들 많은데…” 하면서 아이들을 보여준 게 시작이었다.

얘는 이게 너무 예쁘죠?
얜 이게 진짜 진짜 멋있어요.

한 아이, 한 아이 보여주며 너무 예쁘지 않냐고 한다. 저렇게 예뻐하면서 아이들을 어찌 입양 보낼까 싶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보는데 그중에 캠퍼(동구 아명)와 겔구그, 앗가이를 봤다.

앗가이는 내 첫 고양이와 너무 닮은 생김새의 고양이였다. 흔히 고등어라 불리는 태비에 흰 양말을 신은 것까지 털이 조금 길다는 것을 빼면 똑 닮아 신기하면서도 조금 가슴 아팠다.

겔구그는 정말 작고 예쁘게 생긴 고양이였다. 품에 쏙 들어올 만큼 앙증맞은 사이즈에 눈도 올망 올망 예뻤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홍색 코와 하얀 입매까지 사랑스러움이 형태를 지닌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캠퍼, 그러니까 동구는 흰색 코 무늬가 반쯤 생기다 만 고양이였는데 동배 아이들에 비해 덩치가 크고 블루 컬러에 다소 뚜렷한 태비가 있는 멋진 고양이였다. 동구를 자세히 보겠다고 테이블 아래에 쭈그리고 앉았을 때 빛나듯이 하얗던 가슴털이 나에겐 꽤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하나같이 예쁜 아이들이라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별다른 뜻 없이 이중에 누굴 데려가면 좋을까요? 하고 물었다.

춘수네는 쇼도 참가하시니 만약 데려가실 거라면 캠퍼를 추천할게요.

브리더님은 유일한 남자아이였던 동구를 추천해주셨다. 덩치가 크고 괜찮은 보디를 가지고 있어 킵(분양하지 않고 추후 브리딩하는 개체)할지 고민이라더니 이렇게 쉽게 보내버려도 되는 건가요? 하며 서로 웃었다.


사실 둘째를 데려온다면, 춘수가 3-4살쯤 되었을 때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오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춘수가 덩치가 작은 먼치킨이니만큼 체격에서 밀리지 않게 먼치킨 아이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계획대로 흘러가던가. 나는 덜컥 동구를 데려오겠다고 결정해버렸다. 이런 내 결정을 오히려 브리더님이 걱정하셨다.

정말 괜찮아요? 춘수 허락은 받으셨어요?
아.. 춘수 허락.. 받아야죠. 근데 설명하면 알아들을까요?
음. 못 알아듣죠. 그래도 생각 한번 더 해보세요.

달콤이와 함께 지낼 땐 제법 지낼만했었으니, 괜찮을 것이다.

나는 너무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렸고, 결국 이 결정에 후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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