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혈견 위해 헌혈견 외치는 유봉이 팀 이야기

수 년 전, 나와 함께 하던 반려견에게 심한 빈혈 증세가 나타나 수혈을 받은 적이 있었다. 병원에서 혈액형을 확인했고, 바로 수혈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저 안도하며 고비를 넘기길 기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잊은 것이 있었다. 그 순간은 내가 본적 없는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를 살려준 순간이었고, 나는 그 아이에 대해 생각했어야 했다. 공혈견이라고 불리며 반려견을 돕는 슬픈 아이들에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적절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 혈액 공급은 필수적이다. 사람의 경우 헌혈이 잘 알려져 있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대중이 잘 알지 못 하는 ‘공혈견’만이 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에 대해 조금은 다른 패러다임으로 ‘헌혈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유봉이 팀이다.

유봉이 팀은 2017년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에서 공혈견을 주제로 우수상을 받고, 최근에는 ‘헌혈견을 응원하는 반려견 긴급키트’ 크라우드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한 당찬 대학생들로 구성된 팀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유봉이 팀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유봉이 팀 정승연이라고 합니다. 저희 팀은 총 5명 (소연, 승연, 병훈, 지운, 정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많은 분들이 유봉이 팀 이름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데 유봉이 뜻은 ‘유럽에서 만난 봉사단’에서 앞글자만 따서 지은 거랍니다. 사실 저희는 삼성전자 대학생 봉사단에서 처음 만났는데, 우연히 모두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가서 친해졌습니다. 게다가 모두 동물을 좋아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지요.

동물과 관련된 많은 문제 중 특히 공혈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동물을 좋아하는 팀원이 우연히 공혈견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당시, 저희 모두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여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어요.  그 와중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공헌성 공모전인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을 통해 공혈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유기견 문제는 대중에게도 잘 알려지고 사회적인 이슈로 다뤄지는 반면에, 공혈견 문제는 조명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공모전을 통해 대중에 알리고 싶다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 기부가 아닌 ‘헌혈견’이라는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에요.

공혈견과 헌혈견, ‘혈액’과 ‘생명’에 대한 문제

솔루션에 대한 배경부터 말씀 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공혈견과 헌혈견은 ‘혈액’과 ‘생명’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확한 통계 파악은 안 되고 있으나 내/외과 치료에 필요한 많은 수혈용 혈액을 누군가는 공급해주어야 하고, 결국 혈액은 살아있는 누군가가 제공을 해주어야만 하는 것이죠. 사람도 헌혈로 혈액을 제공하듯이 말이에요.

실제로 속초 동물혈액은행도 설립 시에는 안전한 개, 고양이 혈액 공급을 목표로 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혈견 사육 환경 수준이 열악해지면서 문제가 되었어요. 이것은 비단 한 민간 기업만의 잘못이라기보다 생명을 다루는 기관에 대한 미비한 국가적 관리, 대중의 무관심도 원인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에 따라, 집단적으로 운영되는 기관형보다는 관심있는 사람들의 참여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형태의 솔루션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헌혈견 참여가 곧 공혈견 문제 해결의 시작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니 영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활발한 헌혈견 프로그램 운영으로 수혈용 혈액이 공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대표적으로 영국의 Pet Blood Bank는 2007년부터 비영리조직 형태로 운영하며, 점점 더 문화를 확장시키고 있는 사례로 꼽히고 있어요.

국내에도 헌혈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이 있으나 아직 인식과 인프라가 부족해요. 이 때문에, 헌혈견을 응원하고 참여를 장려하는 솔루션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헌혈견을 알게 되고 참여하는 것이 공혈견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유관 기관과 보호자들이 활발히 협력한다면 헌혈견 문화가 정착되어 공혈견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지요.

공혈견/헌혈견 문제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 없는 점 아쉬워

사실, 동물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으로 대부분의 경우 ‘기부’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공혈견 문제의 경우 적절한 기부처를 찾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게다가, 많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한다면 사용내역 확인이 가능한 곳으로 고려중이에요.

체계적으로 공혈견/헌혈견 문제를 다루는 단체가 아직 없기에 고민의 폭이 좁은 것도 아쉬운 점인만큼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곳에 기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헌혈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떤 것이 가장 어려웠나요?

저희 팀의 프로젝트가 더 많은 동물병원이나 동물보호단체들과 협력할 수 있었다면 ‘헌혈견’의 의미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을텐데 여건이 되지 않은 점이 지금도 아쉬워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까진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려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가끔씩은 어떤 의도로 이 프로젝트를 하는지 의심을 받기도 했어요. 저희 모두 대학생이라 할 일이 많은 상황 속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으쌰으쌰 진행 했는데, 연속된 좌절과 뜻밖의 의심으로 분위기가 우울해지기도 했었어요.

동물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프로젝트 진행에 힘이 되준 동물 가족이 있었나요?

저(승연)는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세 마리와 동거하고 있는데요. 친구들이 항상 동물 농장이라고 해요. 저희집의 유일한 강아지인 단추는 저와 함께한 지 14년이 되었어요. 단추는 반려견 그 이상이에요. 힘들 때나 슬플 때나 저와 함께한 가족이지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고양이 삼남매도 있어요. 첫째는 시크하고 도도한 공주, 둘째는 소심하지만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정 많은 귀요미에요. 막내는 몇 달 전 길에서 구조해 온 천둥벌거숭이 아깽이랍니다. 소보로(코숏 6개월)인데요. 아이들이 많다 보니 항상 우당탕탕 정신 없지만 그만큼 행복도 비례하답니다.

최근 진행한 응급키트 펀딩을 보았어요. 공혈견과 응급키트, 어떤 의미인가요?

먼저, 저희는 공혈견/헌혈견에 대한 문제 의식을 반려인들을 중심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따라,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헌혈견에 대한 메세지 전달 방법을 고민했죠. 단순히 예쁜 제품보다 반려인에게 필요한 물품에 헌혈견의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그러던 와중, 응급키트를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인 ‘더사랑’ 측에서 저희 프로젝트에 공감을 해주었어요. 컨셉과 구성품 기획은 저희 팀이 맡고, 제조 및 유통을 더사랑에서 맡아주었답니다.

보호자가 반려견의 위급상황에 대비해 응급키트를 구매하는 것처럼 공혈견/헌혈견 또한 다른 반려견의 아픈 상황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어요.

무엇보다 응급키트를 구매하면 수의사님께 검수받은 응급 가이드북을 제공하는데요. 그 안에는 강아지 건강에 대한 정보, 위급상황 대처법 외에도 헌혈견 자격, 헌혈 과정 등 헌혈 전 알아야 할 필수 사항을 안내하며 헌혈견에 대한 저희의 메시지도 함께 담고자 노력했어요.

향후 유봉이팀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저희 팀은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헌혈 프로그램을 확장하기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어요.

우선 사회적 기업 ‘더사랑’에서 펀딩 물품인 ‘헌혈견을 응원하는 반려견 응급키트’를 지속적으로 판매할 예정이에요. 응급키트와 함께 제공되는 응급 상황 가이드북 내용에는 공혈견과 헌혈견에 대한 소개 및 헌혈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구매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홈페이지 내 ‘헌혈견’과 ‘헌혈희망견’ 등록을 홍보하며 국내 헌혈견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싶어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동물병원에게도 뜻이 전달되어 헌혈견 프로그램이 확장되기를 바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