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강아지 배변 활동도 사랑하게 된다
“마, 어떤 녀석이 자꾸 얼씬거려? 여긴 내 구역이니까 까불지 마라. 마!”
“건강하고 똑똑한 개를 찾습니다. 저 오늘 아주 한가해요~”
마킹이 강아지 사회에서 SNS 활동이라는 얘기를 들은 후, 산책하다 담벼락이나 가로수 주변을 킁킁대는 아이를 보면 이상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제 상상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의 대화를 나누겠지요~
강아지 마킹, 인싸 강아지들의 최신 소통법
마킹을 다른 개들이 남긴 정보와 메시지를 읽고 답 문자를 보내는 문자 메시지에 비교하는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열심히 마킹 중인 아이의 목줄을 잡아당기는 건 급한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뺏어가는 것과 같다고 하더군요.
저의 개아들 돌이가 보이는 나무마다, 경계석마다, 차바퀴마다 마킹하는 걸 보면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지 엄마를 꼭 닮았구나 싶습니다.
다른 개의 냄새를 맡고 자신의 냄새를 남기는 것이 강아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동 중 하나라는데, 오줌 몇 방울에 강아지의 나이, 성별, 건강상태, 흥분도, 발정기 여부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니 정말 신기하죠?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배변과 관련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배변훈련, 배변장소와 청소, 배변용품, 배변상태, 질병과 법적인 문제까지…
배변은 반려동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어쩌면 강아지와 함께 산다는 건 강아지 똥오줌과 함께 한다는 뜻인 것도 같습니다.
새끼 강아지, “잠자리에 쉬하는 거 싫어요”
처음 돌이가 집에 왔던 밤, 강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던 저는 단호한 보호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마루의 캔넬에 넣고 문을 꼭 잠근 후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새벽에 낑낑 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처음부터 따로 자는 습관을 들이겠다는 결심에 애써 모른 척 했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어주니 총알같이 튀어나온 돌이가 마루 한가운데 질펀하게 쉬를 하더군요.
생후 70일도 안된 하룻강아지가 잠자리에 쉬를 하지 않으려고 참고 참았던 겁니다.
그 후로도 잠자리 근처에 배변하는 건 한 번도 못 봤습니다. 그날 밤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하고 자책이 됩니다.
3개월 강아지, 마킹 시작하다
3개월이 되자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는데 둘째 날부터 한쪽 다리를 척 들고 마킹을 하더군요.
그 짧은 다리를 번쩍번쩍 들고 쪼금이라도 더 높이 들려고 용을 쓰다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으면서도 당황스러워서 사진도 찍어두지 못했네요.
산책을 시작한 후 집안에서도 모퉁이나 식탁과 쇼파에 대고 다리를 들어서 한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지금은 집에서는 앉아서, 밖에서는 마음대로 마킹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보고 배운 건지, 본능의 힘이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한 두 줄기씩 찔끔찔끔 나눠서 싸거나, 나오지도 않는데 다리를 들고 폼만 잡기도 하고, 일을 본 후엔 씩씩거리며 먼지 나게 뒷발질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신기하고 웃기고 귀엽습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찾아보니 찔끔찔끔 싸는 건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듯이 좋아하는 음식을 아껴먹는 것과 같고, 뒷발질은 냄새를 멀리 확산시키려는 행동이라고 하네요.
강아지들에게 직접 들은 건 아니라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강아지들이 제멋대로 표시를 남기고 닥치는 대로 냄새 맡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에도 강아지들끼리만 통하는 생명의 신비가 담겨있겠지요.
강아지 배변 상태, 최고의 셀프 건강 체크법
똥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할 게 더 많습니다. 처음에 돌이가 남긴 똥덩어리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는 기분이 좋습니다.
더 나가서 살짝 기대감까지 듭니다. 응가기미 감별사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일단 맛동산 모양에 손으로 잡았을 때 단단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바닥에 살짝 남은 흔적을 닦을 때도 아주 후련합니다.
하지만 물컹하거나 땅에 많이 묻어나면 걱정이 됩니다. 엉덩이 상태를 확인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만약 한 눈에 봐도 형체 없이 무른 대변이거나 색이 너무 짙으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순간 머릿속에 어제 먹인 것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강아지 배변 뿐 아니라 배뇨 활동에도 촉각 세운다
오줌도 적당한 양에 적당한 색인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돌이는 사료나 간식에 염분이 많으면 확실히 물을 많이 마시고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하기 때문입니다.
별스럽고 유난을 떠는 것 같지만 배변을 확인하는 것이 아이의 건강을 체크하는 가장 간단한 기준이라 생각합니다. 먹고 싸는 것이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것임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일단 잘 먹고 잘 싸면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거라 안심하고 있습니다.
반려인의 조건, 강아지 배변 활동까지 사랑하는 능력
산책하다 만난 보호자들끼리는 배변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합니다.
어떤 아이는 아직 장소를 못 가려서 고민이고, 어떤 아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실외배변만 고집해서 걱정이고, 오히려 밖에선 싸지 않아서 고민인 아이도 있습니다.
오늘 아이가 설사를 했네, 토했네, 하루에 몇 번 싸는지, 어디다 싸는지, 어떻게 실수했는지 하는 얘기로 몇 시간이라도 수다를 떨 수 있습니다.
비반려인이 들으면 속이 좋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입니다. 똥이니 오줌이니 하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고 글로 쓸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심지어 만져보고 관찰하며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할 거라는 건 꿈도 못 꿨습니다.
그래서 강아지와 함께 한다는 건, ‘니 똥오줌을 내가 치워줄게. 냄새 나도 이쁘게 봐줄게. 그것까지도 사랑할게.’라는 뜻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자용. 지금은 강아지의 응가까지 사랑스럽습니다 ㅎㅎ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응가 이뿌게 싸면 기분이 좋다는..ㅎㅎ
역쉬 그렇죠? 만지다 못해 응가 기미까지 할 뻔요 ㅋㅋ
저의 개아들 돌이가 보이는 나무마다, 경계석마다, 차바퀴마다 마킹하는 걸 보면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지 엄마를 꼭 닮았구나 싶습니다. <- 넘 공감되네요 ㅎㅎㅎㅎ 저희집 코코는 거의 5m마다 한번씩 마킹을 한답니당
그러게요. 코코도 인싸에 상남자 스탈인가요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