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 강아지와 교감하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강아지를 만나서 위로를 받았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말 못하는 강아지가 내 맘을 알아주더라.”
“강아지 덕분에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희망을 갖게 됐다.” 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저도 격하게 공감하는데요.
힘든 시기에 위로를 해준 강아지, 돌이
꼭 3년 전, 돌이를 입양하게 된 건 어머니 때문이었어요. 한겨울 빙판에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 어머니가 석 달이나 외출을 못 하셨고, 집에만 있다 보니 하루 종일 전화만 붙들고 지내며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셨는데요.
개를 키우면 도움이 된다는 지인의 권유를 듣고 무엇에 홀린 듯 덜컥 강아지를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개를 키우기는커녕 그때까지 제대로 만져 본 적도 없었어요. 어렸을 때는 멀리서 강아지가 보이면 길을 돌아가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무서워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쩌자고, 순식간에, 그런 결정을 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될 운명이었는지 돌이를 처음 본 순간, 저는 강아지를 만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지요.
수의사 쌤이 한 손바닥에 들어오는 쬐그만 강아지를 넘겨주는데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가슴에 받아 안고 말았습니다. 살아있는 작은 동물을 안는 다는 게 참 기분이 이상한 일이더군요.
작은 강아지를 넣은 캔넬을 조수석에 고정 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벌벌 떨며 집에까지 기어왔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
그렇게 집에 도착한 돌이는 한식구가 되었고, 이제는 온 가족이 돌이가 없으면 못 사는 고슴도치 식구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어머니는 돌이에게 많은 위안을 받으셨어요.
마음이 힘든 날은 유독 돌이를 껴안고 쓰다듬으며 마음을 달래시는 것 같고. 당시에 저도 새로운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였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힘든 것도 모르고 지나고 있더군요.
강아지에 대해 일자무식인 제가 잘 키우려고 고민하다 보니 일 때문에 힘들어할 정신이 없었던 거예요.
‘우리 돌이한테 사주고 싶은 거 다 사주려면 싫어도 이 일을 해치워야지’, ‘돌이가 기다리는데 일 후딱 끝내고 빨리 집에 가야지’ 이런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강아지들
치료견, 애니멀 테라피, 동물매개치료 같은 게 있다는 걸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만 그 효과는 먼저 직접 체감한 건데요.
실제로 반려동물과 교감하면 정서적,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상당히 많습니다.
반려견과 사람이 교감할 때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증가한다거나, 반려인이 심장병과 뇌졸중, 우울증 등의 발생 위험이 낮고, 평균 수명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많이 알고계실 거예요.
또, 발달장애나 자폐증 등 정서장애가 있는 아동이나 치매 노인의 치료에까지 도움이 된다는 전문적이고 획기적인 연구결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반려인이라면 이런 연구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있을테지만요.
강아지는 어떻게 내 마음을 알까?
종종 인터넷에서 반려인의 울고 있으면 눈물을 핥아주거나 머리를 맞대고 위로하는 강아지들의 영상을 보는데요. 참 신기하고 대단하죠. 어떻게 인간과 종(種)이 다른 강아지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걸까요? 사람도 사람의 마음을 알기 힘든데 말이죠.
전문가들은 그 비결을 관찰에서 찾기도 합니다.
강아지는 인류가 시작된 이래 제일 먼저 가축화 됐고 가장 오래 함께 살아온 동물로 인간의 감정을 효율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됐는데요. 인간의 감정을 인지하는 비결은 평소 보호자의 표정을 보고 관찰하면서 감정상태를 파악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돌이도 혼자 신나게 발사탕을 빨다가 제 얼굴을 보면 순간 얼음이 됩니다. 제가 싫어할 때 짓는 표정을 알아채는 거죠.
잘못했다고 생각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제가 싫어한다는 건 뻔히 알고 있는 거예요.
표정뿐 아니라 목소리도 파악완료 했습니다. 톤이 올라가면 이름만 불러도 귀신같이 알아채고 줄행랑을 치니까요 ^^;;
반대로 저도 돌이의 표정과 행동을 보면 어떤 마음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애절하고 착한 눈빛으로 지긋이 바라 볼 때는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이고, 불안할 때는 눈을 이리저리 피해버리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생각해 보니, 관찰하고 마음을 읽다보니 서로 통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사랑의 본질인 것 같은데요.
물론, 돌이의 사랑이 제 사랑보다 더 크고 무조건적입니다. 때로는 부모님 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존재라는 생각도 들고요. 세상의 모든 부모님이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솔직히 부모도 자식이 미울 때가 있고 다른 형제자매랑 비교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내 강아지는 오직 나만 사랑합니다.
내가 웃고 있든 울고 있든 나만 바라보고 내가 못생기고 뚱뚱하다고 무시하지도 않고 나쁜 짓을 하고 와도 내 말이라면 찰떡같이 믿어버리고 돈 없고 아프다고 버리지도 않고 바보같이 당하고 와도 세상에서 젤 대단한 사람인 듯 맞아줍니다. 그래서 내 옆에 강아지가 있다는 건 순간순간 행복하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일입니다.
저는 가끔 돌이에게 질문을 이런 합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좋아하니?” “세상에서 젤 바보멍충인데도 내가 좋아?”
속 시원한 대답은 아직 듣지 못했지만 돌이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변하지 않고 돌이를 사랑해 줘야겠다는 생각, 끝까지 지켜줘야겠다는 다짐을 매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