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네 보호소 사건으로 본 국내법상 개의 지위
지난 1개월간 많은 반려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이슈가 되었던 한나네 보호소 사건이 청와대 청원 답변을 통한 환경부의 유권해석에 근거하여 사용중지 행정명령이 취소되게 되었다.
사설 유기견 보호소인 한나네 보호소가 대구 동구청으로부터 지난 5월 사용중지 행정명령을 받으면서, 250마리에 달하는 유기견들이 갈 곳을 잃게 되었다. 이에, 청와대에 청원글이 올라왔고 약 1개월이 채 안 된 6월 2일 해당 청원에 대한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청와대에서는 6월 19일 국민청원 답변을 통하여 ‘동물의 구조·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보호시설의 경우 <가축분뇨법> 상 분뇨배출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당 행정명령은 취소될 것’이라고 답변 하였다.
대구 동구청이 행정명령을 내린 이유는?
행정명령 당시에는 대구 동구청에 여론의 화살이 돌아가기도 했지만 사실 이는 가축분뇨법에 의한 행정적 조치였다. 가축분뇨법에서 정의하는 ‘가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개정된 가축분뇨법 (2015년 3월 시행)에 대한 유예기간(3년)이 2018년 3월 종료되었다.
이후, 환경부는 축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2018년 9월까지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는 곳에 대해 1년의 이행기간을 추가적으로 주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개 사육시설은 제외되었다. 따라서, 대구 동구청은 가축분뇨법에 근거하여 한나네 보호소에 사용중지 명령을 내린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행정명령을 받은 곳으로는 구미에 위치한 ‘구미사랑 보호소’가 있었다.
환경부, ‘보호시설과 사육시설은 목적이 달라’
환경부는 이번 청와대 청원답변을 통하여 ‘개 사육시설은 동물을 판매하기 위하여 사육하는 시설이지만, 동물 보호시설은 동물을 구조해서 유기동물을 입양시키기 전까지 임시 보호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목적이 다르다’며, ‘동물의 구조·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보호시설의 경우 <가축분뇨법> 상 분뇨배출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사육시설’은 ‘판매’라는 목적성을 띈 시설로 정의하고, 이에 따라 ‘개 보호시설’은 <가축분뇨법>에서 말하는 ‘개 사육시설’이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다.
법에 따라 개는 가축이기도, 아니기도 해
지난 2월 환경부에서 <가축분뇨법> 이행기간 부여 시, ‘개 사육시설’만 예외적으로 제외되었고, 이에 대규모 강아지 공장이 폐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 되었다. 사실, 국내법 상 개는 가축에 포함되지만 실생활에서 개는 가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적 지위와 현실에서의 지위가 모순되면 앞으로도 개에 관련된 것은 새로운 법으로 다루거나 예외 처리를 해야할 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내법 상 ‘개’는 정확히 어떤 지위를 가지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가축’, ‘동물’, ‘반려동물’에 대해 정의한 법을 살펴보자.
우선, ‘가축’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환경부 소관의 <가축분뇨법>,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의 <축산물위생관리법>,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의 <축산법>이 있다.
<가축분뇨법>에서는 ‘가축’을 ‘사육동물’이라고 정의하며, 개가 포함된다. 또한, <축산법>에서도 ‘가축’을 ‘사육이 가능하며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 로 정의하고 개를 포함시키고 있다. 반면에,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가축’을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 그 밖에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하며 개를 제외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보호법>에서는 어떨까? 동물보호법은 법의 적용대상을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이라고 명시하고, 포유류, 조류 등을 포괄적으로 나열하였다. 또한, 반려동물에 대하여서는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시행규칙 제35조를 통해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에 대한 규제를 제시하며 규제 대상 반려동물의 범위를 ‘가정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사육하는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라고 정의하였다.
이와 같이, 각 법률에서의 ‘개’의 지위는 제각각이다. 가정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사육되는 동물에 포함되기도,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가축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깊은 고민 시작해야
지난 5월 15일 국회에 축산법일부개정법률안 (이상돈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었다. 제안 이유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 해당하지 않는 개가 개량, 증식 및 산업적 이용을 전제로 한<축산법>상 가축에 해당하면서 육견업자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개를 사육하는 등 공장식 사육으로 인하여 동물 복지를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 명시 되었다.
이와 동일선 상에서, 청와대 청원에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6월 20일 기준 참여인원 5만 명 초과) 더불어, 지난 5월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되기는 하였으나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에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가 신설조항으로 추가되었던 바도 있었다.
개를 단순히 가축으로 여기는 시대였다면 위와 같은 일련의 시도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반려)동물이 사람과 나아가, 이 사회에 지니는 가치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동물이 사람을 위한 수단(즉, 소유물)으로 머무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그들의 법적 지위와 이들을 대하는 방법 및 각종 규제에 대해 일관성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