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강아지 퍼피 트레이닝, 반려인의 치맛바람이 중요해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강아지와 발 맞춰 산책로를 걷는다~
원반을 던지면 강아지가 날쌔게 뛰어올라 받아 낸다!
빵하고 손가락 총을 쏘면 강아지가 할리우드 액션 뺨치는 연기로 쓰러진다!!!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심하면서 상상한 미래의 모습입니다.
아이를 빨리 데려와서 좋은 시간을 가져야지 하며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강아지 교육에 무지했던 초보반려인의 충격
그런데…
새끼 강아지는 산책을 하면 안 된다고요?
장난감을 던지면 가져오기는커녕, 한 번 입에 문 건 절대 놓지를 않아요!
빵 하려고 손을 내밀면 달려들어 깨물깨물 물어버리는데요?
아뿔사…
저는 모든 강아지가 주인 옆에서 얌전히 발맞춰 걷고 던지는 물건은 물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뛰어난 후각으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내거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알려주고 식구를 위험에서 구하는 것 등은 강아지의 본능으로 태어날 때부터 당연히 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밥 먹이고 씻기고 똥오줌까지 치우는 것은 각오했지만 공부까지 시켜야 하는 줄은 정말 정말정말 몰랐습니다. 강아지 뿐 아니라 동물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했던 거죠.
강아지 조기교육의 필수 코스, 퍼피 트레이닝
2개월을 갓 넘긴 말티즈 돌이를 데려온 날,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이동장에서 꺼내자마자 쏜살같이 쇼파 밑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쓰레기통 뒤, 식탁 밑 화분 뒤로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이 튀는 것이 토끼가 따로 없더군요.
이름을 부르고 애원을 해도 듣는 척 마는 척, 이쪽으로 오라고 수없이 손짓을 해도 고개를 갸우뚱할 뿐, 일초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솔직히 ‘정신에 문제가 있는 강아지를 데려 온 건가’라는 걱정이 됐습니다.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태어난 지 이제 2개월. 눈 뜬지도 얼마 안 돼서 주변에 있는 것들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겠죠.
그나마 옆에 있던 엄마랑 형제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이상한 방에 갇혀 있다가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많이 흔들리더니 낯선 곳으로 왔습니다.
그야말로 ‘여긴 어디? 난 누구?’ 하는 상황이니 뭐가 분간되고 뭘 알아들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급하게 인터넷을 뒤지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는 ‘퍼피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세상모르는 하룻강아지가 행복한 반려견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래요.
퍼피 트레이닝의 시작, 배변훈련
아파트에서 살면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난관은 배변훈련.유명 TV 프로와 유튜브 영상을 보며 배변훈련의 룰을 익혔습니다.
강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다가 배변패드 근처로 간다 싶으면 간식을 들고 바람처럼 달려갑니다. 배변패드에 쉬를 한다면 ‘내가 이런 발성이 가능했나?’ 싶을 정도의 하이톤으로 마구마구 폭풍 칭찬을 해줍니다.
똘똘한 돌이는 3일 만에 소변을 가리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대변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발길 닿는 곳 아무데나…
영특하게도 집과 방석 주변에는 절대 실수를 하지 않았지만 꽤 오랫동안 대변을 가리지 못했습니다.
찾아내고 찾아낸 방법은 다른 곳에 싼 응가를 가져다가 (아이가 보지 못하도록 몰래) 배변패드에 올려놓고 호들갑 떨며 칭찬하기.
돌이는 간식을 받아먹으면서도 ‘이게 웬일인가…’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차츰 성공률이 높아지더니 본격적으로 산책을 나가기 시작한 후에는 하루에 한번은 집에서, 한 번은 밖에서. 신기하게도 스스로 균형을 맞춰가더군요.
퍼피 트레이닝 시 주의할 점, 혼내지 않기!!!
이 외에도 식사 교육, 잠자리 교육, 짖음 교육, 양치하기, 목욕하기, 산책하기, 친구 사귀기, 집에 혼자 있기 등등등 가르칠 것은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린 강아지에게 교육을 시키면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혹시 ‘퍼피 라이센스’ 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1살이 되기 전까지 어린 강아지 시절에는 어떤 사고를 쳐도 혼내지 않는다’는 룰입니다.
어린 시절 경험하는 모든 것이 즐겁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안 돼’ 보다는 ‘옳지’, ‘잘했어’ 라는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수를 했다고 코를 때린다거나 바닥을 치는 등 혼내는 건 당연히 금물이지요!!!
강아지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일단 ‘안 돼’부터 외치고 본다는 농담이 있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부정적인 방법 보다는 긍정적인 방법을 써야 합니다.
한마디로 어린 게 벼슬이라고나 할까요?
반려인이 잊지 말아야할 것, 일관성이 중요해!!!
저의 경우, 강아지를 교육 시키면서 가장 힘든 건 일관성을 유지하는 거였습니다.
기분과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고 같은 룰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식구들이 돌이를 대하는 태도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저는 나름대로 단호하게 대하는데. 할머니는 아무래도 마음이 약해서 봐주는 게 많고. 깨끗한 걸 좋아하는 동생부부는 청결과 위생이 우선이고.
강아지 교육법에 대해 식구끼리 지적하고 설전을 벌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같은 TV 프로와 동영상을 보는데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다르고 강아지 교육에 대한 철학이 다르더군요. 그대로 뒀다가는 식구들 사이에서 헤매다가 돌이만 바보 강아지가 될 것 같더라고요.
결국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과 비용을 댈 수 있는 제가 이겼습니다.
제가 돌이의 엄마가 되기로 하고, 저를 중심으로 호칭을 정리하고 집안의 룰을 정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만큼 공부할 것도 많고 책임도 무거워졌습니다.
가끔 ‘내가 수험생 엄마도 아니고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서 왜 이러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돌이만 행복하고 건강하다면 대수겠습니까? 돌이 때문에 가족들이 느끼는 행복은 또 얼마나 큰데요.
이제 2년 8개월에 접어든 돌이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2년 6개월 차 반려인도 배워야 할 것 투성입니다. 그래도 공부하는 시간이 가능한 오래오래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